요양병원 요양원/경찰일보 김일복 기자

- 요양원과 요양병원, 고려장의 장터 -

- 자신의 말로가 그렇게 될줄 몰랐다 -

- 기적같은 세상 헛되이 보내지 말자 -

김일복 기자

작성 2020.05.08 16:25 수정 2020.05.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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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일보 김일복 기자 =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 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나 남편이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잘못 살았건 세상 감투를 썻건 못썻건 잘났건 못났건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시대에 60세가 넘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밥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이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들 하는데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장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이 고려장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가기 싫다고 해서 안 가는 곳도 아니다. 늙고 병들고 정신이 흔미해져서 자식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곳은 그곳 밖에 없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글이다.


요양병원에 갔을 때의 일들을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 의사의 말이 그렇게 딱 들어 맞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것 같다. 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짝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 옆에 뻘쭘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문칸쯤에 서서 먼 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부모를 그래도 이따금씩 찿아가서 살뜰히 살펴보며 준비해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다놓은 음료수 하나 까쳐먹고 이내 사라진다.


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놓은 벌을 늙어서 받는 것이다.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는 세상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요양병원 요양원 오늘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많은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도 자신의 말로가 그렇게 될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두고보면 안다. 그래도 어쩌랴 내 정신 가지고 사는 동안에라도 돈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보고, 보고 싶은 것 보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좋은 친구들과 즐겁고 재미있게 살다가야지 기적 같은 세상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경찰일보 김일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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