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실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국정일보 문이주 기자]

문이주 기자

작성 2020.05.04 10:37 수정 2020.05.04 10:37

[문이주 기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감동적인 노란 손수건 이야기가 있다.

젊은 청년들이 버스를 타고 해변가로 여행을 가면서 즐거움에 취해서 흥겹게 떠들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그들이 앉은 앞자리에는 늙고 허술한 옷차림의 사내가 조용히 앉아 무거움과 침묵 속에서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버스 여행은 여러 시간 계속되고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고 차분해지자 젊은이들은 점차로 그 남자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조금씩 말을 건냈다. 식사시간이 되어 버스가 정차하자 그들은 그를 불러내어 합석해서 식사를 하면서 그 사나이의 사연을 듣는다. 사나이의 이름은 빙고, 그는 죄를 짓고 4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이제 막 출옥한 것이다.

빙고에게는 부인과 세 자매가 있었는데, 3년 반 전에 그는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갈 수 없소. 나를 기다리지 마시오. 당신은 재혼을 해도 좋소.' 그 이후 3년 반 동안 지금까지 아내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빙고는 가석방으로 예상보다 빨리 출옥했다. 그는 출옥 직전에 아내에게 다시 편지를 썼다. '나는 지금 고향으로, 집으로 갑니다. 당신이 만약 나를 용서하고 나를 받아준다면 그 표시로 우리 집 앞에 보이는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주시오.

만약 노란 손수건이 없으면 나는 그냥 그 길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겠소.'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은 숨 막히는 긴장이 흐른다. 과연 그는 용서받을 것인가?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그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노란 손수건은 과연 그 나무 위에 걸려 있을까?

버스 안의 흥겨운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그들은 초조하게 운명의 노란 손수건을 기다린다. 모든 승객들은 창밖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늙은 사나이 빙고는 빛바랜 가족사진을 꺼내보면서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바깥의 경치를 보기도 한다.

드디어 마을 근처 참나무가 보이는 길로 버스가 코너를 돌아서자 갑자기 청년들의 '!' 하는 환호성 소리가 들린다.

청년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고 서로 껴안고 춤을 추고 서로 기뻐하며 흐느껴 운다. 그 참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수백 장이 걸려 있었다. 나무 위에도, 나무 아래에도, 낙엽이 깔린 곳에도, 주변의 잔디, 바위에도, 온통 노란 손수건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그 모든 노란 손수건들은 "여보, 나는 당신을 용서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어서 우리에게로 오세요."

"아빠! 우리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해요"

모두가 소리 지르는 기쁨과 환호성, 그리고 그 축제의 물결 속에 늙고 지친 노인은 버스를 내린다. 그는 그와 같은 환호와 박수소리에 몹시 의아하고, 어색해 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자기의 옛집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성경의 창세기는 인류의 시작을 보여주지만, 그 책의 제목과는 무관하게도 창세기의 주 내용은 아픈 가족사라는 것이다.

선악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최초의 부부 아담과 하와, 동생에 대한 질투심으로 살인을 범한 가인, 부모님의 관심과 축복 때문에 속이고, 도망치는 삶을 산 야곱, 남편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갖 아픔을 겪어야 했던 야곱의 두 부인 레아와 라헬,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요셉을 팔아넘긴 10명의 형제들, 그리고 이집트에서 종으로 살아야 했던 요셉 등 창세기는 너무 아픈 가족 이야기이다.

인류의 역사는 아픔과 상처이고, 그 핵심에는 가족이 있다. 하지만 창세기의 가족 이야기는 비극으로 마감되지 않고, 다행히도 끝은 용서와 화해이다.

요셉의 위대한 점은 그가 이집트의 국무총리가 된 정치적 성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가장 위대한 성공은 용서와 화해이다.

셉은 17살에 자신을 팔아넘긴 형들을 용서하고, 총리가 되기까지 13년의 세월이 억울하기도 했을 텐데 요셉은 형들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번은 그들이 이집트에 식량을 구하러 왔을 때에 그들을 스파이로 몰아서 3일 동안 감옥에 구류시킨 일이 유일한 복수라면 복수였다.

당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명령하여 이르시기를 너희는 이같이 요셉에게 이르라 네 형들이 네게 악을 행하였을지라도 이제 바라건대 그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라 하셨나니”(50:16-17)

요셉의 형들은 아버지 야곱이 죽자 요셉이 자신들에게 복수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야곱의 이름을 팔아서 목숨을 지키려고 했다.

요셉은 조건을 가지고 형들을 용서한 것이 아니다. 10명의 형제들이 요셉의 지난 13년의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용서의 조건을 채울 수 없다. 사랑은 실수를 기억하지 않고, 용서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인데, 진정한 사랑과 용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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